쓸사의 이것저것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보려고요 본문
1.
최근 가장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은 단연 하와이대저택이다. 우연찮은 계기로 알게 되어 몇 개 영상을 봤는데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하고 그럴싸한 말을 본인 사례와 책의 저자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담백하게 풀어내는 영상에 흠뻑 빠져버렸다. 다양한 주제로 얘기하지만 대부분의 얘기는 두 가지의 대주제로 귀결되는데 첫 번째는 끌어당김의 법칙이고 두 번째는 감사하는 삶이다.
끌어당김의 법칙은 이제 의심의 영역을 넘어서 꼭 이루고 싶은 목표를 절대 잊지 말자는 다짐 때문에라도 매일 조금씩 실천하고 있는데 왜인지 감사하는 삶은 잘 실천이 안되고 있었다. 하루에 최소 세 개의 감사일기를 쓰는 것을 목표로 했는데 생각보다 잘 안 됐다. 겨우겨우 짜내어 생각해야 세 개를 채울 수 있었다. 나한테는 이렇게 감사할 사람이 없는 건가? 감사할 일이 없는 건가? 이렇게까지 메마른 삶이었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이었다.
2.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서 대표주자인 블라인드는 가끔 인기글이라며 토픽 방에서 핫한 글을 앱푸시로 보내준다. 글 제목이 깨나 자극적이라 낚이지 않으려고 나에겐 해당 앱푸시 클릭률이 낮은 편인데, 얼마전 난 결혼 너무 잘한거 같아라는 제목의 글이 추천됐고 유부남이자 최근 들어서야 결혼이 무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던 터라 누를 수밖에 없었다.
클릭할 때만 해도 둘 중 하나겠거니 생각했다. a. 배우자가 경제적으로 풍족한 덕분에 편하게? 또는 더욱 양질의? 삶을 살 수 있다는 내용이거나 b. 반대로 배우자를 비꼬는 내용이겠지. 그런데 웬걸, 내 기준엔 소소한 삶의 일부분을 이렇게까지..? 싶을 정도의 감사한 마음으로 작성한 글이었다. 처음 글을 봤을 때는 좀 당황했다. 이렇게까지...?라는 표현 외에는 생각이 안 났다. 그러다 두 번째 글과 캡처를 살펴보고 댓글을 봤을 때 생각했다. '감사하는 삶이란 이런 거구나'
3.
블라인드의 글을 보고 깨달았다. '내가 내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을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구나'
돌아보면 나는 스스로 잘해왔다고 생각해 왔다. 내가 분투했으며 희생했으며 노력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만... 멀리 갈 것도 없이 내 가족들에게 감사하다고 생각하고 있는가? 내가 야근할 때나 늦은 시간까지 강의를 듣거나 회식을 할 때 항상 당연하게도 애들을 봐주고 집안일을 하던 와이프에게는?. 평일엔 고생한다며 주말이라도 좀 쉬라고 잠깐씩 아이들을 봐주던 장인장모님께는? 그래봤자 15분 거리인데 그것도 번거롭다며 굳이 우리가 밖에 있을 때도 집까지 찾아와서 반찬을 문 앞에 걸어 놓고 가시던 어머니에게는? 고집이 세졌다고 투덜거리기만 했지 항상 잘 먹고 잘 놀고 잘 싸는(?) 아이들에게는?
조금 더 시야를 확장해 보니 직장도 마찬가지였다. 요구사항을 전달해 주는 사업부서는 왜 이렇게 다 중요하다고만 하는 거야 라는 생각은 해봤지만 바쁜 나를 배려해서 이 얘기까지는 못했다고 하는 그들의 마음을 온전히 헤아려 봤던가? 유관부서로부터 업무를 요청하고 피드백받을 때 그들도 바쁜 와중에 리소스를 써서 기한 안에 전달해 줬을 때는?
4.
다시 2.로 돌아가서 봤던 댓글 중에 이런 글이 있었다.
'ㅈㄴ 당연한 걸 좋다고 자랑하는 인생 서글프네 평소에 얼마나 못하면 저거 가지고 감동을 먹음'
그 글을 처음 봤을 때 '이렇게까지...?'라고 생각했던 나와 다를게 무언가. 좀 더 거칠게 표현했을 뿐 맥락은 같다. 감사할 일도 없구나 하는 메마른 감정. 이렇게 살진 말아야겠다. 좀 더 내 주변을 돌아보고 당연한 건 없다는 진리를 잊지 말아야겠다. 일희일비하는 삶까진 아니더라도 아주 작은 것에도 감사해야겠다. 그리고 그걸 표현해야겠다. 가족들에게도 팀원들에게도. 영혼 빠진 고맙습니다가 아니라 진심으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삶은 어떤 삶일까? 내가 꿈꾸는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삶은 아니더라도 감정적으로는 풍족하고 충만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