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사의 이것저것
위기는 기회라고요? 그렇네요. (2023.6w회고) 본문
이번 주는 매출 증대를 위해 최근 몇 년 간 조정하지 않았던 무료 이용권 정책과 수익 모델을 조정했다. 무료 혜택이 줄어든 것이기 때문에 무료 이용권을 잘 쓰던 유저 입장에서는 비용이 증가하는 것으로 체감될 것이었다.(물론 우리가 의도하고 목표한 것이었다.) 작년 상반기까지만해도 수익보다는 스케일을 키우는 것이 스타트업의 정석 같았다면 최근에는 기술이 매우 뛰어나거나 수익성이 뚜렷하지 않다면 살아남기 힘든게 스타트업 시장 현황이다.
이번에 변경한 안은 내가 입사할 때부터 수익의 최적화를 위해서는 빨리 개선해야하는 부분이라고 대표님에게 주장했었다. 그러나 대표님은 수익도 중요하지만 무료 정책을 완화하고 비용을 인상했을 때 마주하게 될지 모르는 지표 하락의 리스크를 질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사실 나도 주장이라곤 했지만 확신은 없었다. '내가 얘기한대로 바꿨는데 수익 개선보다는 지표 하락이 훨씬 크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강하게 얘기하진 못했다. 그러나 위기기 기회라고 했던가, 우리 팀이 타자라면 현재는 투 스트라이크인 상황이었다. 가만히 서서 루킹삼진을 당할바에는 스윙을 하고 헛스윙을 당하거나 안타라도 때려보자고 얘기했다. 대표님도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판단하시고 큰 의사결정을 내리셨다.
결과는 다행히 긍정적이었다. 목표를 명확히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성공이라고 얘기하긴 어렵지만 지표하락는 거의 없고 유료이용권 결제 건수와 매출이 전 주 대비 약 2~3배 정도 상승했다. 경제 상황이 이렇게까지 나쁘지 않았다면 이런 의사결정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고 내 가설을 확인하기 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했을 것이다. 여기서 난 두 가지를 배웠는데. 첫 번째는 프라이싱 설계의 중요성이다. 수익의 최적화 관점에서 고민하지 않으면 우리가 제공하는 가치만큼 가격을 받지 못한다. 좋은 기능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제 값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유저 입장에서는 해피하겠지만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기업은 존속하기 어렵다. 생존해야 좋은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비즈니스에 임팩트를 주기 위해서는 꼭 큰 기능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순수 개발 일정만 보면 2.5일이 소요된 작은 건이었다. 그러나 매출이 3배 가까이 늘어난 큰 임팩트를 줬다. 우리는 유저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대단한 기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렇듯 정책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유저의 행동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에는 불가피하게 우리 회사에 유리한 의사결정을 했지만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유저에게 이로운 임팩트를 주는데 방해하는 정책은 무엇인지 또 어떤 작은 기능들로 임팩트를 줄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도 내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