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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사의 이것저것

나는 왜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은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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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은가

쓸사 2022. 11. 26. 23:37

요즘 즐겨보는 '유니콘'이라는 쿠팡 플레이에 하찮은(?) 대표인 신하균이 와이프로부터 이런 비난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뭐든 벌여 놓기만하고
제대로 끝내는 게 있기나 해?

출처: 쿠팡플레이

나한테하는 얘기인가...? 싶을 정도로 비수로 가슴에 꽂혔다. 하고 싶은 게 많아서 이래저래 일을 벌이고 끝을 제대로 못 보는 게 나 또한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러는 와중에 최근에 또 일을 벌였다. 오마카세 글쓰기 클럽에 가입하고 매주 글을 쓰기로 한 것이다. 10주 동안 매주 1편씩 글을 쓰는데, 글을 제 때 쓰지 않으면 미리 예치한 10만 원에서 1만 원씩 차감이 된다. 이런 모임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의아해할 것이다. '그냥 혼자 글을 쓰면 되지 굳이 돈을 잃을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모임에 들어갈까?' 또 글을 써야지!라고 말하고 일을 벌이기만 하고 끝내지 않는 사례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 10주 동안 최소 10편의 글을 쓰며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이 모임의 1주 차를 맞이하여 왜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은지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1. 기억을 저장하고 싶다.

나는 회사에서는 Product Manager로, 집에서는 두 아이의 아빠이자 남편으로 살아가고 있다. 매일매일이 투쟁이고 배움이고 부끄러움이고 행복이며 좌절이고 기쁨이며 고난이다.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다양한 사건들이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나는 어떤 의사결정을 했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그 의사결정과 생각들은 어떤 과정을 거쳤고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 그것들은 내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등 내 뇌에 기억으로 저장하기에는 너무 벅찬 것들이 많다. 불현듯 이 순간들이 휘발되는 것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사진을 보며 과거를 회상하듯 내 글을 보며 과거를 회상한다면 어느 방향으로든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양질의 만족과 행복을 더 오래 누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겼다. 그래서 난 내 기억을 기록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2. 생산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요즘 내 버릇 중 하나는 스크래핑이다. 흥미가 있는 글을 구글 킵에 저장하고 가끔 그것을 옵시디언으로 정리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보통은 구글킵에 아마도 영원히 저장만 되어있거나 옵시디언에 정리되더라도 요약 수준으로 끝난다. 마치 책을 사면서 내가 똑똑해지는 느낌을 받았던 것처럼 그러한 글들을 저장하고 요약하는 것만으로도 지적 허영심이 충족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또한 나에게 체화되고 내 일상생활을 바꾸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일까?

 그래서 이런 글들을 단순히 저장 또는 요약하는 것을 넘어서 나는 어떤 걸 느꼈으며 내 삶에 어떤 부분에 변화가 있었는지를 기록하자고 생각했다. 이런 주제의 글을 쓰다 보면 억지로라도 내 실생활에 도입해보려 할 것이고 또 그러한 태도로 글과 책을 읽는다면 보이는 것 또한 다를 것이라고 기대했다. 소비하는 사람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생산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외에도 글을 쓰고 싶은 이유는 더 있다. 나 자신을 더 잘 알아가고 싶고, 나라는 사람의 브랜딩도 만들어보고 싶다. 아직은 시작 단계라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할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시작한 데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지금 필요한 건 꾸준함이다. 꾸준히 하다 보면 조금은 더 나아질 거라 생각한다. 꾸준히 글을 써보고자 한다.

 

 

*

역시 모임에 가입한 보람이 있다. 어찌 됐든 글을 하나 쓰지 않았는가.

이제 시작이다.

이번엔 끝을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