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사의 이것저것
비폭력대화의 실천을 위해 본문
얼마 전비폭력대화라는 책을 구매했다. 누군가의 블로그의 추천을 보고 구매했는데 구매 당시에는 회사에서의 대화법을 개선하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폭력적인 대화라 함은 높은 언성과 욕설을 포함한 대화뿐만 아니라 가스 라이팅 등 화자의 의도 여부와는 별개로 청자가 상처를 받을 수 있는 모든 대화를 포함한다. 나는 기본적으로 목소리가 크고 돌려 말하지 못하는 성격을 가졌기 때문에 내 의도와는 다르게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줘왔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반성해왔기 때문에 일상 대화에서 나 자신의 폭력성을 인지하고 개선하고 싶었다. 그런데 웬걸. 멀리 갈 것 없이 나는 집에서 매우 공격적인 언행을 하고 있었다. 우리 가족들에게 말이다.
두 가지 사례가 기억난다. 그중 하나는 지난 추석 연휴 동안 아버지 그리고 형과의 대화였다. TV에 나오는 유 퀴즈를 보고 있었고 '나는 관찰 예능이 아닌 직접 발로 뛰고 고생하는 유재석이 새삼 대단하다'는 얘기를 했다. 이에 형은 '유재석이 그랬다고?'라고 살짝 반문했을 뿐인데 나는 '그럼 관찰 예능 한 게 뭐 있는데?'라며 공격적인 질문? 지적?을 했더랬다. 왜 그랬을까? 형과 친하지 않은 것과는 별개로 그 질문 전까지는 매우 평화롭고 화기애애했는데 말이다. 형이 '아니 그냥 물어본 건데 왜 이렇게 공격적이야'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내가 그랬다고 인지하지도 못했을 터이다.
두 번째는 최근 있었던 와이프와의 대화였다. 와이프는 밤중에 보채는 아이들을 재우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잔 반면에 나는 늘어지게 늦잠을 잤다. 그런 와중에 첫째가 병원을 가야 했고 주말 점심 타임 전에 해치우고자 했던 와이프는 나갈 채비를 서둘렀다. 이에 나는 아침에 지은 죄를 만회하고자 와이프는 집에서 쉬게 하려고 장난감을 사준다며 엄마 바라기 첫째를 설득하여 둘이 병원에 가려고 했다. 그런데 난데없이 와이프 반응이 좋지 않았다. 이미 준비를 마쳤다며 언짢은 표정을 짓더니 결국 짜증을 내며 자리를 박차고 거실로 가버렸다. 사실 돌아보면 별 일 아니었다. 왜 짜증이 났는지 한 번쯤 물어봐도 됐을 일이다. 그런데 나는 그러지 못하고 언성을 높이며 와이프와 첫째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 와중에 굳이 마음에도 없는 상처를 주는 단어를 골라 사용했다. 바보 같다고 자책하기엔 지은 죄가 너무 크다.
병원에 가는 길에 아이에게 사과하고 또 돌아와서는 와이프와 화해했지만 그래도 이 부끄러움은 가시질 않는다. 회사에서 동료들에게 비폭력 대화를 실천해야지라고 생각하기 이전에 내가 가장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폭력적인 대화를 쓰지 않으려는 노력이 먼저 돼야 할 것이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도 존중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찌 동료들을 존중할 수 있을까. 최근 유퀴즈에서 소아 정신과 전문의께서 소개해주신 문장을 가슴에 새기고자 한다.
당신 자녀를 나와 아내에게 온 귀한 손님처럼 여겨라